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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야기

슬그머니 다가온 무심천의 봄

2010.3.26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오락가락 했던 듯 합니다.
3월에 강원도도 아닌 청주에서 눈이 두 번이나 온 것은 드문일이었지요.
그래서 아직 청주에는 봄이 오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이 날 아침 그러니까 3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보니
무심천에도 봄은 오고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상도로를 타고 청주대교 쪽으로 올라오다 보니
노란 개나리들이 올망올망 피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점심을 일찍 먹고, 카메라를 들고 회사 앞 무심천으로 내려가 봅니다.



개나리가 아직은 부끄러운 듯 고개만 살짝 내밀었습니다.
아직 만개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 듯 합니다.
그리고 겨우 내 보지 못했던 연초록 빛의 풀들이
땅과 가장 가까운 겸손한 모습으로 기지개를 펴 올라왔네요.



아직 몽우리 진 것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노란 개나리는 봄의 상징이자 전령이죠.



그래도 아직은 갈색빛의 갈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만,
그 너머로 양지바른 둔덕에는 푸른빛이 뒤덮고 있습니다.



좌측엔 늦가을 분위기의 갈대가, 우측엔 초봄의 풀빛이 어우러져 계절이
오고 감을 감지해 봅니다.



겨울철새인 오리들도 아직은 이리 저리 노닙니다.
물위의 녀석들을 포착하러 살짝 다가가자 후다닥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갑니다.
눈치가 백단이네요.





이름 모를 나뭇가지들에서 봄의 싹이 올라옵니다.



어릴 적 맑은 무심천이었는데, 어느 순간 완전히 오염된 물이 흐르는 천덕꾸러기 무심천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연하천형으로 뒤바뀌어 가고 있고, 맑은 물에 낚시도 하는 쉼터로서
역할을 조금씩 해내고 있는 무심천은 언제나 곁에 있는 친구같은 하천입니다.
옆의 하상도로도 뜯어낸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하는데, 정확한 건 잘 모르겠네요.



무심천 옆에 자리하는 용화사와 그 너머로 보이는 두산위브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어느 덧 무심천 주변의 랜드마크가 되어 버린 두산위브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빠르게 봄소식을 전하는 보라색 작은 꽃들이 앙증맞게 피어있습니다.
이름이 뭔지 몰라 보라색 작은 꽃이라 불러봅니다.



위를 올려다 보니 벚꽃 몽오리가 콩알만하게 올라왔습니다.
4월 둘째주 정도가 되어야 모습을 보여 줄 벚꽃이 어느새 준비운동을 하나봅니다.
겨우내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마른 잎 하나가 안타까워 보입니다.
올해도 벚꽃이 피면 많은 이들이 무심천가를 거닐게 될 겁니다.
어느 덧 회사 앞에서 5년째 매일 벚꽃을 보다 보니 감흥이 무뎌진 것이 느껴집니다.
올해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들녀석과 아내와 함께 와 봐야 할까 잠시 고민합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점심 산책 겸 회사 앞을 거닐어 보니
평소에 전혀 보지 못하던 낮은 곳의 것들을 보게 됩니다.
오늘 하루는 낮은 곳에 있는 것,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언제나 가장 먼저 일어서고, 가장 먼저 알리는 낮은 곳의 존재들이 있기에
세상은 더 멋지게 돌아가는 게 아닐까요.

벚꽃이 필 무렵 다시 한 번 글을 남겨보렵니다.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한 지 모르는 친구처럼, 무심천은 유유히 흘러갑니다.
그런 친구와 소주 한잔 기울여 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덧사진..
지난 3월 18일 완연한 봄기운을 누르고 쏟아져 내린 눈덮인 아침 컷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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